
아침을 여는 사람들따뜻한 이야기 제 3화
새벽 네 시, 도쿄 오타시장. 팩스와 종이로 돌아가는 현장에서, 틀린 줄 알았던 것이 다른 것이었음을 배운 날. 유토레루의 시작이 된 이야기.
최종 수정 약 5분
밤새 뒤척이다 눈을 떴다.
새벽 두 시 반.
아, 이제 곧 준비해야 하는구나.
일찍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깊이 잠들지 못했다. 쪽잠을 자다 깨기를 몇 번. 나가기도 전에, 나 혼자 벌써 몇 번이나 아침을 맞고 있었다.
새벽 세 시 반, 후배가 고맙게도 집 앞까지 데리러 와주었다. 잠이 덜 깬 50대 중년 아저씨 둘이 차에 올라, 네 시쯤 도쿄 오타시장에 도착했다.
지난 9월의 일이다. 새로 진행하는 청과물 관련 일이 있어, 고객 덕분에 새벽 도매시장을 구경하게 되었다.
세상은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은데, 시장 사람들의 이마에는 벌써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나는 눈꺼풀 하나 들어 올리기도 힘든데, 이분들은 벌써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앞이 둥그렇게 생긴 작은 운반차들이 바쁘게 오갔다. 사람도 움직이고, 물건도 움직이고, 그 사이로 주문서가 건너갔다.
뭐랄까.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쁘게 정신없이 움직이지만, 그 안에 정돈된 흐름이 있었다.
종이가 하는 일
처음에는 팩스와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팩스로 주문을 받고, 전화로 받고, 메일과 LINE으로도 받는다. 그렇게 들어온 내용을 다시 손으로 적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함께 간 후배가 말했다.
정말 그랬다. 컴퓨터 일을 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손댈 곳이 참 많아 보이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제각각 들어온 주문이 모두 종이라는 같은 모양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그 종이에는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적혀 있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자기 일을 해냈다.
말을 많이 주고받지 않아도 일이 흘러갔다. 각자가 자기 역할을 알고 있었고, 다음 사람이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알고 있는 듯했다.
종이 한 장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말을 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종이를 보면 쉽게 생각한다.
저걸 없애면 일이 편해지겠구나.
그런데 그 종이가 이 사람들의 손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얼마나 지켜봤을까.
백 년 넘게 가게를 이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이 매일 같은 일을 하면서, 조금씩 맞추고 고쳐온 방식일 것이다. 각자가 작은 역할을 맡고, 정해진 약속을 지키고, 그것을 믿는 다음 사람에게 일을 넘겨준다.
나는 그 흐름이 디지털 못지않게 잘 돌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섣불리 손댔다가는 오히려 잘 맞물려 있는 일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매까지 둘러보고 아침 일곱 시 반 무렵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처음 보았던 주문서 더미는 정리되어 있었다.
그 바쁜 사이에, 사람들은 자기 몫의 일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일본에 산 지 24년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내 눈에 어색하고 틀리게 보이던 것들이 있었다. 오래 살다 보니, 그중에는 내가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틀린 줄 알았는데, 다른 것이었다.
유통단계를 줄이면 더 싸게 팔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효율을 먼저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 단계마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지켜온 약속, 오랜 거래가 쌓아놓은 신뢰도 보였다.
새로운 방법을 들여올 때, 이분들이 지켜온 것들을 어떻게 함께 이어갈 것인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조금 안다고 생각했는데, 새벽 시장에서 또 하나를 배웠다.
그러면서 몇 달 전 만났던 한 분이 떠올랐다.
점점 일찍 시작되는 하루
지난 3월, 새벽 일찍 또다른 고객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도쿄 외곽의 한적한 창고였다. 여섯 시가 조금 넘었는데, 직원 한 분이 이미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밤새 여러 창구로 들어온 주문을 하나하나 컴퓨터로 옮기는 일이었다.
새벽부터 시작한 일이 오전 내내 이어진다고 했다.
물량이 늘어나니 출근 시간도 점점 당겨진다고 했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주문이 늘어날수록, 이분의 하루는 조금씩 더 어두운 시간에 시작되고 있었다.
곁에서 그 일을 지켜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것으로 이분의 수고를 조금 덜어드릴 수 있겠구나. 매일 반복해서 옮겨 적는 일 가운데, 컴퓨터가 맡아줄 수 있는 것이 있겠구나.
무엇을 덜어드려야 할까
오타시장을 보고 나니, 그 마음에 질문 하나가 더 생겼다.
무엇을 덜어드리면, 이분들이 정말 편해질까.
문제 해결은 발상의 전환부터라고 생각한다. 도장을 찍는 일이 힘들다고 해서 도장을 더 빨리 찍는 기계부터 떠올릴 일은 아니다. 그 도장이 왜 필요한지, 승인하는 방식을 다르게 할 수는 없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시장의 일도 그럴 것이다.
종이를 쓰고 있다는 사실보다, 같은 내용을 몇 번이나 다시 옮겨 적어야 하는지를 봐야 한다. 사람들이 손발을 맞춰 잘하고 있는 일은 배우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반복과 수고를 찾아야 한다.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
현장에 가면, 늘 내가 몰랐던 것이 있다.
그래도 요즘 나는 고객의 문제를 푸는 시간이 즐겁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붙들고 즐거워하던 그 시절처럼, 어려운 고객의 문제를 들고 나는 웃는다.
이번에는 문제 너머에 사람이 있다. 답을 하나 찾으면, 누군가의 아침이 조금 편해질 수 있다.
처음은 부족할지라도.
반드시 답은 찾는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
그날 시장에서 돌아오며,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땀에 감사했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주문을 받고, 물건을 나르고,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분들 덕분에 우리는 집 앞에서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아무렇지 않게 만난다.
참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의 수고가 매일 빠짐없이 이어지면,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사과 하나를 집어 들 때, 그 사과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까지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고객 덕분에 우연히 들어가 본 새벽 시장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내가 하는 일의 이유를 조금 더 또렷하게 보았다.
모든 일이 끝난 뒤에야 겨우 갖는 여유 말고, 일하는 중간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몇 분.
내가 배운 컴퓨터가 AI가 그런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이 글은 우리 서비스 유토레루의 시작이 된 글입니다.
고객의 바쁜 아침에 따뜻한 녹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주는 서비스.
그래서 우리 유토레루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6년 3월 17일 개인 블로그에 쓴 「바쁜 일상」(thejino.com)을 바탕으로 다듬어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