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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기술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길가 버스 정류장에서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든 채 망설이는 할머니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건네는 양진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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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따뜻한 이야기 제 1화

도코모 판매점 옆자리에서 들은 할머니와 직원의 대화. 디지털 전환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그 편리함 앞에 남겨지는 사람들을 생각한 날의 이야기.

글쓴이 Jeensuk Yang후지쯔, 메타, 암웨이 등 일본·미국 시장의 대기업과 한중일미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25년간 IT팀을 이끌었습니다. 그 경험을 중소기업의 첫걸음에 씁니다.

최종 수정 약 3분

제 1화ATATAKAI STORY · 창업 전야원문 2023년 2월 28일
직원
도코모 직원“할머니,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
할머니
할머니“글쎄, 몰라라.”
직원
도코모 직원“그럼 일단 스마트폰을 켜주시겠어요?”
할머니
할머니“이것이 싸단 게 쓰고는 있는데, 뭐시 뭐신지 하나도 모르겠소.”

옆자리에서 들은 이야기

새 핸드폰으로 기기변경을 하려고 도코모 판매점에 들렀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옆자리에서 할머니와 직원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물론 일본 할머니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신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일본 어르신들의 말을 한국어로 옮기려 하면, 이상하게 사투리가 먼저 나온다. 어쩐지 그편이 내가 들었던 목소리와 더 가깝게 느껴진다.

할머니는 마이넘버카드를 등록하면 받을 수 있다는 2만 엔의 포인트 때문에 판매점을 찾으셨다. 그런데 등록을 하려니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스마트폰을 쓰려니 전화번호부터 알아야 했다.

마이넘버카드

일본의 개인번호 카드로,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합니다. 일본에 사는 외국인도 발급 대상입니다. 2016년부터 발급했지만 이 글을 쓴 2023년 초에도 보급률이 절반 정도에 머물러, 정부가 카드를 만들고 등록하면 최대 2만 엔어치 포인트를 주는 「마이나포인트」 사업으로 보급을 늘리던 때였습니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 전화기인데,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낯설었다.

나는 옆자리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휴대폰 판매점 카운터에서 스마트폰을 든 할머니에게 직원이 화면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옆자리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양진석 대표가 턱을 괴고 그 대화를 듣고 있는 모습
그림 1 · 매일 가지고 다니는 전화기인데, 그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낯설었다.

내가 하는 일

요즘 나는 DX라고 하는 Digital Transformation, 굳이 번역하면 ‘디지털 전환’이라는 테마로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존의 산업이 디지털을 통해 고객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예전에는 식당에 가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배달 앱을 열면 식당이 우리 집으로 온다. 택시를 타려고 길에서 손을 들던 우리는, 이제 핸드폰 앞에서 손가락을 움직인다.

밥을 먹고 택시를 타는 일은 그대로인데, 그곳에 닿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변화는 AI와 로봇의 발전으로 점점 더 빨라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돕는 것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IT 밥을 25년 정도 먹었다. 디지털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덜어주는지 알고 있고, 이런 변화가 피할 수 없는 중요한 흐름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옆자리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 한쪽이 조금 걸렸다.

편리함은 누구에게 편리한가

우리가 말하는 ‘편리함’은 누구에게 편리한 것일까.

택시를 부르는 방법은 간단해졌다. 앱을 켜고, 목적지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된다. 설명하는 사람에게는 세 마디면 끝나는 일이다.

하지만 앱을 켜는 것부터 물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 세 마디가 얼마나 긴 길일까.

이런 편리와 변화가 너무 청춘들에게만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 걱정이 된다.

대다수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라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그 자리에 남겨지는 사람이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의료의 디지털화가 조금 많이 걱정된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나이 든 어르신도 많고, 몸이 아파 평소에 하던 일조차 버거운 사람도 있다. 그런 날에는 작은 화면의 글씨 하나, 처음 보는 버튼 하나가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몸이 아파 찾아간 곳에서, 기계 사용법까지 잘 알아야 한다면 조금 서글프지 않을까.

병원 접수 키오스크 앞에서 화면을 가리키며 망설이는 할아버지 곁에 양진석 대표가 몸을 기울여 함께 화면을 살펴보는 모습
그림 2 · 한 번 설명했는데 또 물어보더라도, 한 번 더 알려줄 수 있는 여유.

남겨진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도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는 있었으면 좋겠다. 한 번 설명했는데 또 물어보더라도, 한 번 더 알려줄 수 있는 여유.

남겨진 사람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그런 모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이 화의 한 줄적어도 내가 만드는 것 앞에서는, 사람이 몰라서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만큼 우리 부모님이 웃으면서 지낼 수 있는 공간도 꼭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잘 몰라도 물어볼 수 있고, 조금 느려도 자기 차례를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는 공간.

내가 하고 싶은 디지털 전환은 아마 그런 모습에 가까운 것 같다.

핸드폰을 바꾸러 갔다가, 내가 하려는 일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오늘도 하나 배우고 하루를 마친다.

이 글은 2023년 2월 28일 개인 블로그에 쓴 「남겨진 사람들」(thejino.com)을 다듬어 옮긴 것입니다.

완성보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첫 번째 실체부터.

첫 번째 MVP부터 시작하기

오타 하나, 어색한 버튼 하나.

이 사이트는 아직 다듬는 중입니다. 보이면 알려 주세요 — 고쳐 두고, 작은 선물로 답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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