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너츠 미팅따뜻한 이야기 제 8화
셰어 오피스의 도너츠카이에서 도너츠 반쪽을 들고 시작한 대화가, 일주일 뒤 한 시간의 회의가 되었다. 무엇을 만들지뿐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도 고객이 알려 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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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토요스 사무실.
‘세일 파크’라는, 파도를 테마로 한 건물 2층.
토요노마, ‘토요스의 공간’이라는 이름의 셰어 오피스다. 그곳의 작은 공간을 작년부터 쓰고 있다.
거의 매일 있지만, 한 공간을 함께 쓰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거의 없다. 다들 자기 일에 정신이 없으니까.
아침에 출근하면 사무실에서 메인 모니터와 사이드 모니터를 들고 나와, 가장 넓은 테이블에 내 자리를 차린다. 그렇게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AI 동료 지나와 클라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집에서도 가깝고 참 좋은 곳인데, 한 가지, 화장실이 자리에서 좀 멀다. 덕분에 어떨 때는 막 뛰어다닌다.
도너츠 반쪽
그날도 화장실로 뛰어가던 참이었다. 친하게 지내는 스태프 한 분이 말을 걸었다.
거절을 못 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차이티 한 잔에 도너츠 반쪽을 들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전 사무실 1주년 모임 때 한 테이블에 앉았던 키노와키 상도 계셨다. 영상과 광고를 만드는 분이다.
지금 만들고 있는 상품이 있다. 짧은 영상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앱이다.
개발이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의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이야기해 보니, 이분이 바로 그 일을 전문으로 하는 분이었다.
그래, 이야기해 보자.
“큰 흐름은 맞는 것 같아요”
도너츠카이가 끝날 무렵 여쭈었다.
좋다고 하셨다. 그렇게 지금 만들고 있는 화면을 보여드렸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 말이 더 고마웠다. 몇 가지 리서치로 일주일 만에 만든 것인데, 흐름이 맞는다니. 그리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까지 짚어 주시다니.
다행히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셔서, 다음 주에 개발팀과 함께 제대로 미팅을 해 보기로 했다.
뭔가 막혀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날은 몇 번의 만남으로 힘을 받는 느낌이었다.
일주일 뒤, 한 시간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함께 개발해 온 요한VP와 자료를 만들어 키노와키 상을 다시 만났다. 약속한 시간은 한 시간.
요한VP가 지금까지 만든 것을 처음부터 보여드렸다. 키워드를 넣으면 그 주제의 짧은 영상들을 모아 오고, 좋다고 생각하는 영상을 몇 개 고르면 AI가 무엇이 보이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화면에 어떤 글자가 있는지를 나누어 살핀다. 그리고 비슷한 영상을 만들기 위한 ‘룰북’을 만들어 준다. 데모 주제는 요한VP의 취미인 볼더링이었다.
설명이 끝나자, 이번에는 키노와키 상이 실제로 일하는 방식을 들려주셨다.
같은 업계만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업계, 다른 스포츠, 세상 전체에서 유행하는 것을 보고 이번 영상에 쓸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고.
좋은 영상은 처음 2초만 본다고 했다. 눈에 띈 장면은 스크린샷으로 모아 둔다고. 처음 1초는 효과 없이 자막이 바로 보여야 하고, 스르륵 나타나면 사람들은 그냥 넘겨 버린다고.
자막은 화면의 버튼에 가리지 않는 ‘세이프존’ 안에 넣어야 하는데, 그 폭이 플랫폼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광고라면 30초 안에 끝내는 것이 좋다고.
우리가 화면 전체를 고르게 분석하고 있을 때, 현장의 사람은 처음 1초를 보고 있었다.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
그 자리에서 몇 가지를 정했다.
분석의 무게를 영상 전체가 아니라 처음 1초에 둔다. 자막은 크기와 색, 위치를 따로 보는 항목으로 만든다.
그리고 하나는 빼기로 했다. 앱 안에 고급 편집 기능까지 넣는 일이다. 영상과 대본을 따로 내보내고, 마무리는 각자 쓰는 편집 프로그램에서 하면 된다.
만들 수 있는 것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다르다.
이번에는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도 고객이 알려 주었다.
다음 샘플 주제는 볼더링이 아니라, 키노와키 상이 실제로 대본을 쓰기 어려워하는 주제로 하기로 했다. 우리 취미가 아니라, 그분의 진짜 숙제로.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툴이 프로의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프로의 노하우가 새로운 수입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키노와키 상은 사람들을 가르쳐 본 경험도 있어서, 툴과 함께 배우는 자리를 만들어 보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 고민에 본인도 함께하고 싶다고 하셨다.
다음 만남은 일주일 뒤 월요일. 완성본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중간 결과를 보여드리기로 했다.
무엇을, 누구를 위해
우리는 뭐든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는 고객이 안다. 사용자가 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드는 것의 가치는 앞으로 점점 더 떨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누구를 위해 만드느냐다.
도너츠 반쪽에서 시작된 대화가 한 시간의 회의가 되고, 다음 주에 또 만날 약속이 되었다.
도너츠카이로 새로운 만남을 마련해 준 토요노마 식구분들, 아리가또~! 귀한 시간을 내어 준 키노와키 상과, 자료를 함께 만든 요한VP에게도 고맙다.
오늘도 멋진 만남과 시간을 기대하며.
매 순간 감사히, 오늘도 즐겁게.
이 글은 2026년 10월 29일 개인 블로그에 쓴 「도너츠 미팅」(thejino.com)에, 그다음 주의 회의 이야기를 더해 다시 쓴 것입니다.